갑자기 흠뻑 땀에 젖은 내 온 몸에 한줌의 시원하디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진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내가 해본 중 이러한 땀과 한줌의 바람은 등산밖에 없으니 일단 출발해 본다.
오늘의 코스는 가야산 국립공원내에 있는 남산 제일봉.
가야산 칠불봉 암릉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적절하게 조합되어진 암릉과, 국내의 3대 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 그리고 계곡에서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소리길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산행을 출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일단 고려 사항으로는
1. 원점 회귀(개인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2. 멋진 풍광
3. 곁들여서 볼거리 만족
등을 고려하니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곳은 '가야산 황산주차장' - 경남 합천군 가야면 매화산로 661
20여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곳으로 무료이다.
이곳에서 출발해서 남산 제일봉을 오를 예정인데, 원점회귀만 아니라면 '청량사'까지 가서 주차를 하고 남산 제일봉을 오르고 치인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가는 방안이 제일 좋을텐데 원점회귀라면 청량사에 주차를 할 경우 등산 끄트머리에 황산주차장에서 청량사까지 가파른 아스팔트길을 올라가야 할 일이 막막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황산 주차장을 도착하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가야산 칠불봉 라인이다.
오늘은 날씨가 맑기도 하고 하늘도 선명하여 그 산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황산주차장에서 청량사까지는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막상 걸어보니 경사가 상당하다, 거리는 2.4km, 이곳까지 차를 가지고 와서 산행 후 다시 이곳까지 오는 계획은 비 추천이다.
청량사 뒷쪽으로는 남산제일봉의 암릉군들을 병풍삼아 터를 잡고 있어 풍광이 상당하다.
산세가 수려하여 기를 받으러 오는것도 괜찮을텐데 올라오는 과정에서 오히려 기를 빼앗길 수도......
하늘의 색상은 가을을 담아내고 있는 반면 한낮의 기온은 아직도 여름에 머물러 있어 이 강렬한 햇빛들로 인해 이미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다.
청량사 경내를 잠시 구경해 본다.
요즘은 어딜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롱나무 또한 이곳에도 있다.
역시 배롱나무는 한옥과 잘 어울리는 특성이 있다. 이 또한 고정관념일 수도....
청량사 경내에는 이렇듯 보물들이 있다하나 경내로 들어가는 것을 삼가해달라는 푯말을 보고 그냥 이러한 보물이 있다는 정보로만 만족하고 이내 남산제일봉쪽을 향한다.
그렇게 해서 다른 거친산들 못지 않은 경사도를 자랑하는, 상당한 된 비얄을 오르면 첫번째로 만나는 능선의 암릉군.
이렇게 묵묵하게 1시간여 정도를 된 비얄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물론 흠뻑 젖은 땀 범벅은 덤. 물론 이때부터는 암릉을 시시때때로 만나볼 수 있는 산행이 펼쳐진다.
계속해서 가야산 칠불봉 라인은 산행내내 따라준다.
오늘따라 신선이 내려오셨는지 구름이 살짝 내려앉아 신비감을 가미.
암릉의 규모가 아기자기 하다.
만나는 곳마다 들러 인증을 해 보는것도 잊지 않는다.
가위, 바위, 보 바위
자세히 보면 가위, 바위, 보 형태가 있다. 이곳에서는 가위만 볼 수 있으며
뒤로 돌아가 보면 보와 바위가 있다.
이 척박한 돌틈에서 어쩜 이리도 예쁘게 자라고 있는지...
오르는 철계단이 상당하다.
다리힘을 길러주기에는 최적의 코스인듯...
다리 아래로 보이는 저 암릉 군들이 지나온 궤적이다.
공룡바위라네.
설악의 공룡능선과 닮았나?
흡사 공룡의 등 지느러미를 닮았으니 공룡 등에 타 보긴 해야지.
반대방향에서 바라보는 공룡바위의 모습
공룡바위를 지나 능선을 오르다보니 흡사 신발과 비슷하게 생긴 돌이 길 중간에 있다.
누군가가 산에 오르다가 이 코스에 지쳐서 신발을 버리고 갔나?
그 신발에 기운을 넣어주고자 잠시 밟고 서 본다.
올라와서 보니 지아온 궤적의 암릉군들이 상당히 아기자기 하다.
그렇게 남산 제일봉을 올랐다.
표지석에는 해발 1010m라고 기록이 되어 있으나 GPS상으로는 1053m로 읽혀진다.
황산주차장에서 여기 올라오는 길의 경사도가 상당하다. 또한 황산주차장이 해발 330m, 여기 고도가 1053m이니 723m의 고도를 걸어올라 왔다. 청량사까지의 차도 오르막길, 그리고 능선을 만나기까지의 경사도, 또한 암릉 중간 중간의 철계단의 경사도가 상당하니 산행 시 참고하여 체력안배가 필요하다. 그리 쉽지만은 아닌 등로이다.
남산제일봉 정상에서는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껏 비슷한 암릉들을 많이 만났던 터라 그냥 패스 하고 바로 아래 그늘에 가서 간단한 식사.
계속해서 치인주차장 쪽으로 향한다.
치인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길은 반대의 황산주차장에서 오르는 길에 비해 훨씬 쉽고 경사도 또한 완만하다.
주로 숲속의 그늘로 조망할 만한 곳도 없어 그냥 계속 걷는것에 열중하면서 치인주차장에 도착한다.
남산제일봉을 마무리 한 후 해인사로 향한다.
등산로를 빠져나와 마을 상가길을 정 중앙으로 관통한 후 1.8km 도로를 걸어 만날 수 있다.
목도 좀 축일 겸, 상가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하면서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또한 만끽한다. 이 맛에 등산하는 것이지를 연신 말 해 가면서.......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사찰이란다.
해인사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인사로 들어서고 있다. 외국인들도 많이
입구에 있는 나무부터가 이곳이 아주 오래된 고찰임을 입증해 준다.
수령 1000년이 넘어 거의 화석에 가까울 만큼의 고목들이 도열하듯 해인사 입구에서 환영해 준다.
잠시 일주문 입구에서 불경을 외고 계신 스님이 계셨는데 이내 얼굴쪽을 가리신다.
내 의도는 입구에서 보니 현판-불교에서도 현판이라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4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특이한 포인트이어서 카메라를 들이댄 것인데
불편하게 해 드렸으면 상당히 죄송합니다. 그래서 짙게 처리해서 잘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입구 바로 지나면 소원나무가 있고 각종의 소원들이 많이 걸려있다
일주문을 지나 저 해탈문까지는 33계단을 거쳐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만나볼 수 있는 '해동원종대가람'
잘은 모르겠으나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면 결국은 우리나라 화엄종의 큰절이란 뜻을 품고 있다 한다.
해탈문을 지나 만나는 구광루
이름은 화엄경에서부터 유래했다 하고 큰 스님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을 위한 공간이라 한다.
대적광전
여러차례 화재를 만났으며 이 건물은 조선말에 중건된 건물이라 한다.
팔만대장경 경판이 보관되어진 수다라장.
생각보다 자연상태에서 보관되어지고 있었다.
방문하기 전 생각은 박물관 수장고같이 습도, 온도 조절을 해 가면서 보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자연풍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도록 오히려 통풍에 많이 신경쓰고 있는 듯한 모습
그 통풍 틈새로 그 많이 들어보았던 팔만대장경 경판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최대한 플레시 터트리지 않고, 경계라인에 더 접근하지 않기 위해 줌렌즈를 이용해서 가깝게 볼 수 있도록 촬영을 해 보았다.
수다라장 입구
내부 보관 상태
수다라장 바로 뒤 법보전에서는 예불이 한참이어서 내부를 감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내부에 국보인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이 있다고 했지만 예불탓에 못 보고 그냥 패스
아쉬움에 그냥 건물 기념사진만.
나오기 전 출구에 있는 경판을 다시한번 들여다본다.
외세의 침입과 이 팔만대장경 경판에 관련된 많은 학설, 가설등이 존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는듯 하다.
어찌 되었든 외세의 침입과 어느정도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듯 하니 우리나라의 호국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이 팔만대장경.
우리나라의 보물임에는 틀림없다. 인쇄된 인쇄본이 일본에도 있다하고.....
저번 일본여행때도 한번 언급했었지만 이렇든 역사적 장소를 방문할때는 한번쯤 사전 공부를 하고 방문하면 많은 공부가 될 듯 하다.
현판 하나 하나, 탱화 하나하나, 건물의 기와 한 조각들까지도 모든 역사와 사연들을 품고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저 한 조각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투영해낼 수 있겠는지.....
이 사진은 입구에 있는 사진을 재 촬영한 것인데 내부의 모양이 이렇게 되어 있는 듯.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니 가을을 부르는 하늘과 단청등 화려한 모습이다.
성철스님 사리탑이 있다하는데 어느것인지 특정하지는 못했다. 그 유명한 어록이 지나면서 잠시 생각이 났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법요식때 사리가 그리도 많이 나왔다던 우리나라의 큰 스님.
이것은 '마음의 눈을 바로 뜨고 그 실상을 바로 보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그야말로 기가막힌 통찰력을 가진 말이다.
이를 통해서 요즘 우리에게 큰 어르신이 있는지를 생가해 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어른으로 존경할만한 분이 있다 싶다. 그것은 물론 본인의 개똥철학인 '다름과 틀림'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을터인데, 틀린것과 다른것에 대한 구분점이 없다 보니 개성의 시대가 되었고 그 개성들이 결국은 어른들에게 가르침 받아 삶을 되돌아 보고 궤도도 수정해 보는 일이 많이 없어진듯 하다.
나중에 우리의 큰 어른은 AI가 되지 않을까? 라는것을 잠시 생각해 본다.
해인사를 나오면 곧바로
소리길로 향할 수 있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길을 달리 부르는 소리길.
깊고 맑은 홍류동의 계곡길을 따라서 또는 때로는 건너면서 걸을 수 있는 약 5km의 산책길이다.
가을에 만나보면 아주 좋을 듯 하다.
수량이 풍부한 지금은 맑은 물에서 쏟아내는 물소리를 듣고 걸으면서 발끝에서 구르는 흙 덩이들이 내는 살그락 살그락 소리가 나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야말로 책을 한권정도는 읽게 해주는 듯한 길이다.
중간중간에 물길이 만들어낸 계곡의 풍경이 잠시 가던길도 멈추게 만든다.
가을단풍에 더 없이 어울어질 길이다.
또한 소류폭포들을 보는것도
수량이 지금보다 더 풍부해지면 저곳에서도 폭포물을 쏟아낼 것 같다.
길상암를 만난다.
조금 올라야 만날 수 있는데 그냥 패스하고 소리길 이정표가 없어 잠시 헤맨다.
길상암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야 소리길로 계속 이어진다.
2~3사람 정도는 충분히 비를 피해서 비박이 가능할 듯한 너른 바위의 지붕이다.
여기 또한 자기 이름을 과시하기 위해 여기저기 이름을 새겨놓은듯 한데.
저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언제였던지는 모르난 선비들 사이에 저런 것이 유행했던 모양이다. 풍류라는 것으로 포장하여....
우리나라 고유 특성인 있는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했으면 안되었던 것인지?
매표소를 지난다.
마치 다 온듯이 보여지긴 하지만 여기서부터도 좀 더 가야하니 마음을 놓지는 마시라...
소류 폭포의 흐름이 아담하긴 하지만 멋지다.
이윽고 소리길까지 완성하니
오늘 약 17km, 걷는 시간만 6시간여 정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입구의 국립공원공단 직원에게 물으니 10월말이나 11월초의 가을에 단풍이 만풍이란다.
그때 다시한번 오겠노라고 직원에게 약속을 하고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 한다.